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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대구] 무작정 떠난 가족여행, 대구 광역시, 안지랑 막창골목

2017년 8월 26일

아이들의 방학이 어느새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가족과 떠나본 여행이 벌써 여러해가 넘어갔다. 

가진 것이 없을 수록 더 열심히 놀아야 한다는 나의 철학처럼 이번엔 늘 그렇고 그런 주말을 보낼 수가 없었다.

좋은 추억 몇 개가 평생의 삶을 좌우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추억이란 미래를 결정하는 작지만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추억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나에게도 추억은 중요하다.


오늘은 그래서 무작정 가족을 이끌고 집을 나왔다.

8월의 오후 3시. 조그만 움직이면 저녁이 되고 밤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나왔다. 그때서야 나가보자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선은 부산역으로 향했다. 김해에서 부산역까지는 꽤 먼거리이지만 부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탑승하면서 기차를 한번 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기때문이다. 

처음엔 부산의 바닷가와 전시회를 보러갈까 했는데 가족 4명이 같이 기차를 타본적이 없어서 가족과 기차를 타본다는 그자체에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버슬 타고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에 도착하니 5시가 다되었다.

그 시간에 갈만한 적절한 거리와 기차 시간대가 없는 것 같아서 포기해야 하나 했는데 부산발 서울행 무궁화호가 6시25분에 있었다. 

그리고 비용이나 시간을 고려하여 대구를 이번 기차여행지로 선택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올 생각도 해야했기 때문에 너무 멀리 갈 순 없었다.



어른은 7,700원, 아이들은 3,800원이였다. 출발 1시간여가 남아서 간단히 배를 좀 채우기로 하고 부산역을 구경했다.






멀리 보이는 부산항 대교. 가장 최근에 지어진 다리로 부산 남구 감만동에서 영도로 이어진 다리다.

이 다리가 생김으로써 부산을 가로로 횡단하는 거리가 짧아지고 편해졌다. 



내가 중학교 시절까지 보낸 부산 영도의 봉래산이 멀리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아빠가 어린 시절을 보내던 동네 골목길을 가본적이 있었는데 당시 내 나이가 지금 내 아이들 나이와 비슷했었기 때문인지 기분이 참 묘했다. 그런 추억이 잔뜩 뭍혀 있는 섬, 영도가 보였다.



그리고 반대편 멀리 보이는 황령산? 위치보아 황령산인 것 같다.

그 황령산 넘어 20대의 젊은 시절을 보냈던 곳도 문득 생각이 났다.



  

기차 출발시간이 다가옴에 아이들도 기차내에서 먹을 간단한 요기 거리와 나는 캔맥주를 준비했다.

기차로는 첫 가족여행이라서 모두의 표정에 설레임이 가득했다.

특히 아닌척 감추었지만 내 얼굴에도 설레임을 바른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드디어 출발 시간이 되어 기차를 탑승하였다.

가족이 마주보도록 좌석을 회전시키고 자리에 앉았는데 앉자마다 다리를 뻗어야 한다며 서로의 다리위에 냄새나는? 발을 뻗기 경쟁을 하며 장난쳤다.

아이들에게 사람 많은 곳에서 크게 떠드는 것 아니라며 주의를 주면서 함께 즐겼다.


조금씩 움직이는 기차, 그리고 함께 요동치는 설레임. 

차창 밖의 풍경이 뒤로 슬슬 물러나고 아직은 남아있는 여름 저녁의 햇살이 아이들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아이들도 행복감을 느끼는 건지 연신 "아~ 조~오타"를 연발하였다.

'진작에 좀 데려 나올 걸.....'







뭘 해도 즐겁기만 한 아이들. 그런 모습에 부모는 행복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래서 가진 것이 없을 수록 가족과 열심히 놀아야 한다. 

삶이 모질더라도 가족과 느끼는 행복감은 삶 자체를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행은 거창 할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된다.


어느 덧 1시간 반이 지나고 8시가 되어서 대구역에 도착하였다.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대구역, 대구는 대구역보다 동대구역이 더 규모가 큰 것 같았다.




대구역 입구에서 화려하진 않았지만 아이들 눈길을 끌만큼의 물쇼를 하고 있었다.



대구까지 올라오는 동안 설레임을 품은 가족들과는 다르게 나는 이 늦은 시간에 어딜가야 할지 혼자 고민했었다.

대구라는 곳을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터라 정보다운 정보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예전 TV에서 대구 막창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았더니 지하철로 조금만 가면 되어서 그곳을 가보기로 했다.

사실 아이들이 배도 고프다고 하여 고기와 같이 먹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지하철 1호선 대구역 정거장 모습.

큰 아이가 지하철에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대구지하철을 한번 타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드디어 이루졌다며 좋아했다.




부산과 마찬가지고 대구 지하철 1호선도 비슷하게 좁았다.

어딜가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사실을 또 한번 느끼게 된다.



대구 안지랑 막창 골목.

가는 날이 장날이다?

정말 이 날은 장날 같았다. 막창 축제를 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사람이 왜이리 많은건가 싶었다.

축제를 하는 골목을 걸어가며 들어 갈만한 가게를 물색하였는데 정말 거의 모든 가게가 대기를 해야만 들어 갈 수 있는 분위기 였다.

아이들과 함께온 나로썬 가족들이 들어갈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날의 축제는 그렇게 반갑지 않았다.



왔다갔다 하다가 대기줄이 없던 가게중 하나를 골라서 들어갔다.

어느 가게가 유명한지 아는 정보도 없고 배도 고프고 해서 그냥 아무 가게나 들어갔다.

시끌벅적한 가게를 들어가니 마침 테이블 몇개가 비어 있었는데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테이블을 연신 훔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불만이 있는지 테이블을 훔치면서 계속 투덜거리고 청소 방해 된다고 저리 가라고 했다가 돌아가라고 했다가....솔직히 살짝 짜증날 뻔 했는데 다른 종업원이나 또다른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정말 친절하여서 금방 잊을 수 있었다.

와이프에게 ' 이 집은 주인 아주머니 외엔 다 친절하다'고 하니 본인도 그렇게 느꼈다고 한다.



막창 2인분, 삼겹살 2인분 주문하였다. 



막창을 두고 맹숭하게 먹기는 참 힘들다.

그래서 대구에서 먹는 소주를 주문하였더니 맛있는 참 소주를 내어왔다. 



막창을 못먹는 아이들과 와이프를 위해 삼겹살도 2인분해서 같이 먹었는데 최초로 막창에 도전한 와이프는 이 날 이후로 막창을 먹을 수 있는 여성이되었다.



고기를 먹으면 항상 된장찌게나 라면을 먹어야만 마무리된다.

대구에서 처음 먹어본 라면이였다.


  

  

대구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다시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 훌쩍 넘어버리고...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탈 것인지 1박을 할 것인지 기로에 서서 몇 분간을 고민하였다.

대구에서 부산을 간다하더라도 부산에 도착했을 땐 이미 부산에서 집인 김해로 들어가는 시내버스가 끊길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부산행을 단행하였다.

돌아오는 길은 순간순간 긴박하여 사진을 남길 여유가 없었는데...

그렇게 부산 구포역에서 내려서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지만 결국 김해로 들어가는 버스는 끊기고, 많은 사람들이 택시 정거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문득 떠오른 카카오 택시 앱을 이용하여 재빨리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가족과의 첫 대구여행이면서 첫 기차여행이였던 오늘 하루. 때론 즐겁고 때론 긴박하고 때론 여유로웠다.

집에 들어와서도 모두가 오늘 하루가 꿈이라고 느꼈을 정도로 즐거운 기억이였다.

이런 즐거운 기분으로 앞으로 종종 이런 시간을 만들어 볼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오늘의 좋은 추억으로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향기가 가득 담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보다 영상을 많이 담았다.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싶다는 강렬한 희망이였는데 오늘 여행을 곱씹으며 영상을 편집하였다.

pc 성능만 좀 좋았다면 섬세하게 편집을 해보고 싶었는데 버벅거리는 pc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대충대충 편집하였다.

영상을 다시 보니 이날 하루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얼굴에 쓰여져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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