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

[울산] 10년만에 다시 찾은 울산대공원

2018년 6월 3일

울산 울산대공원

이 곳을 다녀온지 어언 10년이 지났다.

금수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 사이 나와 가족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10년 전엔 3식구였는데 지금은 둘째 딸아이까지 4식구가 되었고 그 딸아이는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었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뛰어 노는 걸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울산대공원은 언젠가 한번 꼭 소개하고 싶은 곳이였다. 


어짜피 여행은 계획이 거창하면 재미없는 법. 

일단 가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방구석에 하루종일 뒹굴거리다가 오후 4시가 되서야 집을 무작정 나서 기차여행을 갔던 그리고 자정이 되어서야 돌아온 가족 여행은 지금도 가장 기억 남는 여행으로 회자 되고 있으니 말이다.


울산 대공원도 새벽부터 일어나 책을 펼쳐들고 있던 내가 뜬금없이 딸아이에게 울산대공원 구경 시켜줄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여행이였다.

마침 주말 아침이면 잠에 취해 절대 못일어나는 큰아이가 할머니집에 있겠다며 전날 부모님 집에 가 있었고, 노는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딸아이와 함께 세식구만 있었으니 딱 좋은 조건 이였다.

주말이면 시끌벅적 할 것으로 예상되는 울산 대공원을 오전 9시까지 도착해야 한다며 자는 와이프와 딸아이를 새벽부터 깨워 울산대공원으로 출발 했다.



드디어 울산대공원 남문에 도착.


주차장쪽으로 가다보니 울산대공원 남문의 모습이 보였다.



어리둥절한 느낌으로 도착한 세식구 앞에 나타난 울산대공원 남문.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도 휑했고 울산대공원도 역시 휑했다.




10년과 좀 달라진 것이 있나 싶어 살펴보니 특별히 달라 보이는 건 없는 듯 했다.





곧 사람들로 북적일 남문앞 광장.

알록달록 꽃들의 색깔이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

이른 시간인데도 곧 무더위가 찾아 올려고 하는지 낯설지 않는 더위가 다가왔다.







혼자 놀면 금방 시무룩해지는 딸아이.

다른 아이들은 언제 들어오냐며 따져 묻더니 가져온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다녔다.



자전거 타다가 유유히 지나가는 벌레를 피하려다 엎어졌다.

그리곤 자전거 안탈거라며 징징 거려 어르고 달래서 꽃 구경 하자고 데려갔다.

엎어져서 까진 딸아이의 무릅과 팔꿈치에 약을 바르고 자전거는 얼른 자동차에 다시 넣어놓고 꽃밭으로 향했다.











솔직히 아이와 함께 울산대공원을 선택한 건 사실상 키즈 테마파크 하나 보고 왔는데 이러면 곤란한 거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왜 하필 이때 공사를 하는지....급작스런 여행이 간혹 이런 일에 당면한다.

넘어져 심기가 불편하던 아이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안타까웠다.

어쨌든 꽃 덕분인지 저절로 치유 됐는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니 딸아이의 심기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생태여행관은 정말 예쁜 곤충들을 볼 수 있다라고 말하니 저 곳 만은 절대 가지 않을거라며 쳐다도 보지 말라며 손을 이끌고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갔다.

사실 나도 곤충은 싫었다.



장미공원 옆을 지나 올라가면 미로가 있다고 딸아이를 꼬셔서 가기로 했다.

어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긴 나는 열심히 희망을 심어주고 영월에서 만났던 미로를 떠올려주면 열심히 올라갔다.







한참을 가도 미로공원이 안나오자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한 딸아이와 침묵으로 일관하던 와이프.

당황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걷는 것은 좋은 운동이라며 열심히 떠들어 대며 곧 나타날 미로공원만 생각하자 했다.



미.로.공.원

코미디 방송 보면 어이없는 상황일 때 나오는 음향.

'와웅 와웅 와우~~~~~~웅' 또는 '띠요오옹~'

미로공원을 처음 목격했을때 내 귀에는 이런 음향이 들렸다.

멀리서 지쳐 따라오던 딸아이 눈을 가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미로를 본 딸아이는 내가 뭘 잘못 본건가 하는 표정으로 미로공원을 보고 있었고, 와이프는 나에게 썩소를 보내곤 미로앞에 서서 미로가 어딨냐며 조롱하며 나를 놀렸다.

미로를 본 딸아이의 첫마디는 "아빠. 장난해?" 였다.





어쨌든 놀아주니 고마웠다. 

허무한 미로를 금방 탈출해주고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 구경하기로 했다.





더운 날씨에 이 큰 공원 구석구석을 전부 돌아 다닐 수는 없으므로 딸아이가 좋아 할 만한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미로를 보기 위해 왔던 길을 다시 돌려 10시가 되야 오픈된다는 아이들 놀이 공간으로 다시 이동했다.





이때 딸아이가 가장 즐거웠을 시간이다.

어느 새, 제법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입장해 있었고 아이들도 놀이 공원에서 열심히 놀고 있었다.



아무도 없던 평상엔 그 좋다는? 미로공원 보고 오니 이미 빈 자리가 없었다.

일단 벤치 그늘 속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아이가 노는 동안 나는 가까운 거리의 식물들을 사진에 담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슬슬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왔고, 한 곳에서 계속 머물 수는 없으니 울산대공원 정문쪽으로 가보자고 했고, 거긴 아이스크림을 판다며 잘 놀던 딸아이를 꼬셔 울산대공원 정문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는 넓은 길을 놔두고



오솔길을 선택하여 걸어갔다. 

그늘이 많을 거라는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 덥다고 아이스크림 파는 곳이 어디냐며 딸아이가 졸라댔다.





운동하기엔 정말 좋은 곳이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거의 사기성 멘트를 연신 날리며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것 같은 아이를 끌고 가다시피하며 정문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보니 예전에는 순환버스가 있었는데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다는 것도 알았다.

다시 돌아 갈 상황을 상상하니 조금 걱정됐다. 욕 먹을 까봐....(순환버스 타려고 했는데.....)



그래도 곳곳에 피어있는 꽃들이 공원 걷는 맛을 느끼게 해주었고, 꽃 향기들이 즐비했다.




드디어 정문 도착.

생각만큼 붐비진 않았다. 예상이 또 빗나갔다.

10년 전 기억만 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는 모양이였다.

더위가 심한 탓도 있는 것 같았고.




마음껏 드시게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쥔 우리들은 그늘진 곳에 앉아 더위를 식히며 아이스크림을 연신 홀짝 거렸다.



더위에 짜증내던 딸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아이스크림 녹 듯 마음이 녹은 것 같았다.




간 큰 비둘기.

누가 보면 망원렌즈로 찍은 줄 알겠지만 표준렌즈로 찍었다.

표준렌즈로 이만큼 크게 찍었다는 것은 비둘기와 내가 거의 뽀뽀 할 만큼 가까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결국 도망은 내가 갔다.



좀 전 남문에서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인지 빨간 십자 표시가 눈에 확 들어왔다.



더워서 걷기 싫다는 딸아이와 와이프에게 저기 보이는 풍차만 찍고 다시 자동차가 있는 남문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특별히 재밌을 만한 요소가 없었던 울산대공원을 괜히 온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든 없는 재미도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혀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

발마사지를 해보라는 나의 제안에 평상시에도 길바닥 색깔 밟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딸아이는 아빠의 사기성 발언에 속아 제안을 받아 들였다.




"재밌지! 재밌지!" 억지성 재미를 강요하며 딸아이가 한발씩 걸을 때마다 아기들 한테나 하는 물개 박수를 연신 보내며 없는 재미를 쥐어 짰다.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울산대공원 풍경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드디어 도착한 풍차



생각보다 길었던 발마사지 길. 

어느 새, 재미를 느낀 딸아이는 처음부터 다시 해보면 안되겠냐고 하길래 그런 좀 아닌 것 같다고 구라쳤다.




드디어 마지막 구간.

아이의 모습이 재미없는 놀이에 지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말이다.



다리가 조금 아팠는지 벤치에 앉아 쉬었다가 처음 입장했던 남문으로 출발하자고 했다.








다시 돌아가는 길.

확실이 이날의 더위는 모두에게 힘들었다.








올라오는 길에 조그만 놀이터가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딸아이도 잠시 놀다가면 안되냐고 하길래 조금만 올라가면 더 좋은 놀이터가 있으니 그 곳에서 놀아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봤더니 물놀이장 이였다.

아이의 모습을 보니 웃기기도 한데 너무나도 너무나도 미안했다.

이런 저급한 단어를 쓰는 건 싫어하지만  그냥 정말정말정말정말 졸라게 미안했다.

어떡해든 수습해보려고 미끄럼이나 한번 타보지 않겠냐고 하며 미끄럼을 만지니 내 손이 뜨거워 녹는 것 같았다.

괜시리 이 더위에 물놀이장 좀 개방하지 그랬냐며 울산대공원 탓만 했다.



이곳이 빌어먹을 물놀이장 물이 나오는 곳인가 보다.

바짝 말라 있었다. 

더 말라 비틀어져 버려라 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마음속으로...



그리고 정문과 남문 사이 언덕길에 있는 소원돌.

또다시 아이의 눈과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기회였다.



혼자 소원돌을 돌리며 쇼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왜냐면 방금 내가 소원을 빌었는데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였다.

가까스로 소원돌을 돌리곤 소원이 이루어 질 거라며 의기양양 거렸다.




와이프와 딸아이도 소원돌을 돌리기로 했다.

괴력을 소유한 와이프는 가볍게 돌렸고 아직 근력이 약한 딸아이는 엄마의 도움으로 소원돌을 돌렸다.

아마도 우리집은 조만간 이루어진 소원으로 가득 할 것이다.

나는 올해가 지나면 알게 된다. 저 소원돌이 구라인지 아닌지를...



울산대공원에 있는 고갯길.

날이 더워 오늘은 이 길이 조금 고되게 느껴졌다.




고개를 넘어 도착한 교통체험장소.

이제 조금만 가면 남문이다.




제법 걸어다녀서 인지 언른 차에 가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쉬고 싶다던 와이프와 딸아이의 얘기에 오늘 울산대공원 구경은 여기까지만 하자며 이날 울산대공원 여행은 마무리 하기로 했다.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을 넘었고, 울산까지 온 여행치곤 뭔가 조금 부족하다 느낀 나는 주변 아는 분이 꼭 한번 가보라던 고래박물관을 지치고 힘든 기색이 역력한 와이프와 딸아이에게 새로운 여행을 긴급 제안하며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울산대공원!

더위가 기승하는 날에는 순환버스를 운행해야 되지 않을까.

더울땐 융통성 있게 물놀이장 개방하는게 좋지 않을까.


돌이켜보니 매번 울산대공원 방문은 더위가 기승 부릴 때마다 왔던 것 같다.

조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울산대공원은 또 어떤 모습일까.

이번 울산대공원 여행은 생각보다 더위에 힘든 여행이였다.

울산대공원 탐험? 을 마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다보니 나 역시 울산대공원 여행이 조금 힘들게 느껴졌다. 

몸과 마음 모두가.... 정말 더위 앞에 장사는 없는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