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8.09.08 13:40

며칠 째, 비가왔다.

비가 그칠 것 같다가도 세차게 내리고, 세차게 내려서 우산을 잡으면 어느새 비가 약해지거나 멈췄다.

이 종잡을 수 없는 비의 세상이 연일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비가 어떻게 내려도 할 일은 해야하는 인간 세상은, 조용히 앉아 빗소리도 들을 여유가 없을 만큼 빠르게 흘러간다.


오늘은 자동차를 타고 볼 일을 보고 집으로 왔다.

자동차에서 내리려는 찰나 세차게 내리는 비가 자동차를 두드렸다. 

조금 전 까지 구름마저 비켜서는 듯 하더니 갑자기 차 안에 조금만 더 있다가라는 듯 비가 쏟아졌다.


평상시 같으면 우산을 펼쳐들고 집으로 뛰어 갔을테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자동차 안에 조금 앉아 있다가 가기로 했다.

그리고 빗소리를 들었다.



자동차 창문 위로 흐르는 빗물과 빗소리, 그리고 자동차를 때리는 거친 소리.

이 휴식 같은 시간이 금방 끝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느낌에 조용한 음악 하나가 흐르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을 했을테니만 나이가 드니 자연의 소리 앞에선 음악도 거추장스러운 잡음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그냥 이대로가 좋았다.


생각나는데로 생각하고 보이는데 응시하며 나는 조용히 자동차 안에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잠시후 변덕스럽던 날씨답게 비는 어느 새 가늘어지고, 이제 자동차 밖을 나와도 된다는 듯 비가 멈췃다.

지각 한 것처럼 뒤늦게 몇방울씩 빗물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우산을 펼치지 않아도 될 만큼 비는 오지 않았다.


'좀 더 내려도 돼'

라는 혼잣말이 무색하게 비는 그쳤고 더이상 쏟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아쉬운 마음을 담은채 집으로 걸어갔다.


뭔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생각하던 하루하루였는데 짧은 시간이였지만 거칠었던 비로 인해 쫓기던 시간이 잠시동안 멈췃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찰나 같은 시간에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살아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가벼워진 건 기분 탓이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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