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8.10.01 11:30

한동안 유튜브 먹방을 보며 침침 흘리는 기간이 있었다.

다들 왜그리 맛있게 먹는지....

그런 재미로 먹방을 보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대부분의 음식을 한두그릇이 정량인 일반인과는 달리 끝도 없어 뱃속으로 음식을 넣고 있는 먹방 크리에이터들을 보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그렇게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너무나도 쉽게쉽게 음식을 많이 먹다보니 별것 아닌가 싶어 나도 따라해보려다 두세그릇을 못넘기고 두손두발을 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어느날, 어떤 유튜버 먹방 크리에이터가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는 잔치국수를 끝도 없이 먹는 영상을 봤는데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

왠만하면 '와~ 잘 먹네' 하고 넘어가는데 이 날 잔치 국수는 나의 침샘을 제대로 건드렸는지 먹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마침, 삶지 않은 소면 뭉치가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잔치 국수는 요리가 간단해서 부담없이 만들어 먹을 수 있기때문에 당장이라도 먹고 싶었다.


평상 같은면 그냥 내가 적당히 요리해서 먹었을 텐데 이상하게 이 날은 와이프가 해주는 국수가 먹고 싶었고, 그래서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잔치국수 좀 해달라고 졸랐다.

조금 귀찮아하긴 했는데 내가 먹고 싶은 이유를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가며 열변을 토하니 듣기 싫어서라도 잔치국수를 해주겠노라고 했다.



요리를 하기전엔 귀찮아하더니 막상 시작하니 정성스럽게 재료를 다듬어서 준비했다.

부부 사이라는 것이 상대방이 뭔갈 요구하면 막 귀찮아하며 하기 싫어하다가도 막상 시작되었을땐 정성을 쏟게 되는 것 같다.

사랑? 

아니겠지...^^;;


아무튼 생각보다 너무 잘 차려와서 괜히 귀찮게 한 것 같아 미안한 지경이었다.

하지만 미안함을 내색하진 않았다. ^



'어짜피 삶은 소면에 올려서 먹을 재료들인데 정성을 너무 들였다' 

라고 말했다가 혼났다.
역시 이럴땐 조용히 먹는게 최고다.



삶은 소면을 재빨리 차가운 물에 씻어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여러개 뭉쳐놨다.

그리고 육수는 멸치다시마로 간단히 만들었는데 괜찮았고, 육수에 먹기 좋게 준비된 소면을 집어 넣었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재료를 소면 위에 하나씩 얹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먹겠노라고 다짐하고 있었다.



와이프는 큰 그릇을 이용하여 국수를 먹었지만 나는 여러번 먹을 생각으로 두세 젓가락이면 먹을 수 있는 작은크기의 그릇에 국수를 준비했다.


소면위에 재료를 올리고 큰 젓가락질로 입이 터지도록 먹기위해 젓가락으로 국수를 휙휙 저었더니 조금은 맛없는 모습이 되버렸다.

하지만 아는 사람을 알 것이다.

지금 저 장면이 얼마나 맛있기 직전인지...

심지어 지금 잔치국수 냄새가 코앞에서 나는 듯한 환상을 느끼고 있는 사람도 있으리라.....


잔치국수 냄새가 코를 살짝 건드리는 순간,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이 순식간에 소면을 붙잡았다.

그리고 볼이 터져라 국수를 입안에 밀어 넣고 우걱우걱 먹으니 ....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고 저마...ㅁ....ㅏ...ㅇ...ㅆ..따......' <- 이거 정말 맛있다....


약간 매콤한 맛에 기름을 두른 김이 더해지고 야채와 양념소스가 함께하니 입안에서 천국이 맴돌았다.

정신줄 놓기 전에 첫 젓가락질로 입에 들어온 국수를 목으로 흘려 보내며 슬퍼 했다.


그리곤


"캬~~~~"


나도 모르게 옆에 앉아 있던 와이프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며 

'잔치국수 정말 잘 만들었네.....Good Good!!'

한 젓가락만 먹었을 뿐이데 그릇에는 약간의 소면과 국물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후루룩 후루룩'


맛있다 맛있어....국물까지 마시며 감탄을 흐느끼는 나를 보고 와이프는 우냐며 웃고 있었다.


"^^ 한그릇 더 !!!"

먹기 좋게 뭉쳐놓은 소면을 다시 그릇에 집에 넣고 좀 전에 마셔버린 육수를 보충한 뒤 똑같이 재료와 소스를 올리고 또 크게 한젓가락....


이렇게 몇번을 먹은 줄 모르겠다.

보통 배가 터질정도로 부르면 식욕이 확 떨어지는데 이노무 잔치국수는 그런 식욕 따위는 떨어지지도 않았다.


이날 정신없이 먹은 잔치국수는 꽤 오랜 시간을 나의 뱃속에 머물렀고, 뭔가 부족했던 나는 다음 날 또다시 잔치국수를 해달라는 망언을 할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늘 있는 재료로 정말 즐거운 요리를 해먹은 것 같다.(얻어 먹었다고 해야하나? ㅎ)


하지만.이런 식으로 며칠 먹고 나니....살이 확 찌는 부작용이 나를 괴롭히긴 했다.

그리고 알고보면 먹방은 참 무서운 방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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