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8.10.19 14:00

"사실 넌 로또야" ^^


아이와 엄마가 버스 종점에서 버스를 탔다.

아이는 운전석 바로 뒷 좌석에 앉았다. 버스를 타면 아이는 늘 운전석 뒷자리에 앉는다고 한다.

아이엄마는 아이 바로 뒤에 앉으려고 했으나 할머니 한분에 앉아 계셔서 뒷문 바로 앞 좌석에 앉았다.

잠시후 버스를 출발하기 위해 기사 아저씨가 올라탔다.

"어?"

기사 아저씨는 운전석 뒤에 앉은 아이를 보고 잠깐 놀래더니 이내 운전석에 앉았고 버스는 출발 했다.

운전 기사 아저씨 뒤에 멀뚱멀뚱 앉아 있던 아이는 창밖을 봤다가 엄마가 있는 곳을 보고 미소 짓고는 다시 창밖을 봤다.


버스 출발 얼마후 기사 아저씨가 자신의 뒤에 앉아 있던 아이에게 룸미러를 통해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학생, 몇 학년이야?"

아이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도 모르고 창밖만 보고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몇번 더 물어봐도 아이가 대답이 없자 아이 뒤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얘야 기사 아저씨가 물어보잖니"

"네? 네~"

그제서야 대답을 했다.


"그래 몇 학년이야?" 기사 아저씨가 재차 물었다.

"6학년이요"

"어디 학교 다니는데?"

"삼방초등학교 다녀요"


아이가 바깥에서 낯선 사람과 얘기 하는 모습에 버스 뒷문 앞좌석에 앉아 있던 아이엄마는 신경을 곤두세운체 무슨 얘기를 하나 지켜보고 있었다.

며칠전 버스안에서 주변 좌석이 있는데도 아이 앞에 서서 자리 양보하라는 아주머니를 만난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어리숙해 보이고 인형을 들고 있으니 만만하게 보였던 모양이였다.

아이가 안고 있는 인형 보고 무슨 인형이냐고 물은 뒤 둘이 싸우다가 죽으라는 막말을 하는 사람을 버스에서 만난적이 있어 아이 엄마와 잠시 말다툼을 했던 터였다. 

그런데 오늘 또다시 아이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으니 엄마 입장에선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이상한 얘길 하면 엄마쪽으로 오라고 해야해서 좀 더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던 운전기사 아저씨는

"이야~ 삼방초등학교에 이렇게 잘생긴 학생이 있었어?"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는 칭찬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기분 좋은 말을 들어서 아이는 내심 좋아했다.


아이의 모습을 이리저리 보던 기사 아저씨는

"너 정말 잘생겼구나~"

"너는 엄마 닮았니 아빠 닮았니?"


"잘 모르겠는데요..ㅎ"


"그래? 너 보니 잘생긴게 이 아저씨 닮은 거야~ ㅎㅎㅎㅎ"


아이가 히죽히죽 웃었다.


"옛다~ 잘 생겼으니 여기 사탕 하나 줄께. 먹어라"

라며 운전석에서 팔을 뒤로 뻗어 아이에게 사탕 하나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이야~ 어떻게 그렇게 잘생겼냐~"


기사 아저씨는 입에 알사탕을 이리저리 굴러가며 연신 잘생겼다고 칭찬했고, 아이도 입에 알사탕을 굴리며 고맙습니다고 말했다.


그때, 

아이 뒤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아이보고 잘 생겼다면서 사탕 하나로 되겠는교~~ㅎㅎㅎ"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 엄마는 상황이 재밌기도 했고, 평상시 밖에선 말이 거의 없는 아이가 대화를 하는 것도 기특했고,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그렇게 아이를 훔쳐보던 기사 아저씨의 버스는 한참을 달려 어느새 내려야 할 곳에 도착했고, 아이와 엄마는 황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수고하세요"


내려서 기사아저씨께 다시 감사의 목례라도 하려고 했는데 마침 신호등이 바뀐 상태여서 뛰어 건너가는 바람에 인사를 깜빡하고 말았다.


길을 건너고 나니 바로 신호가 바뀌었고 그렇게 버스는 아이와 엄마 뒤를 지나갔다.

기사 아저씨는 오르막을 올라가는 아이와 엄마를 쳐다보았고 그렇게 버스는 멀어졌고,

그 순간 아이 엄마가 고개를 돌려 버스를 쳐다보니 멀어지는 버스 안 기사 아저씨가 아이를 쳐다보며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너무 급하게 내리고 길을 건너오느라 미처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이 이야기는 큰아이가 다니는 병원을 아이와 와이프가 갔다가 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다.


큰아이는 나를 보자 오늘 버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버스 번호를 적어놨다고 보여줬다.

버스 번호를 왜 적어놨냐고 하니 다음에 만나면 꼭 인사 하겠다는 것이였다.

나는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같은 버스만 타는 건 아닐 건데...."


"그래?"


옆에 있던 와이프가

"혹시 기사 아저씨 얼굴 기억안나?"


"음~ 얼굴은 아빠처럼 수염이 있었고.......음...."


"아저씨들은 수염 다 있잖아. 그래가지곤 모르겠는데?..ㅎㅎ"

라고 내가 말했다.


어쨌든 버스번호 적어놨다가 다시 그 기사 아저씨 만나면 인사 하겠다고 했고 나는 그러라고 했다.

그런 와중에 아이가 주머니에서 쓰레기 하나를 꺼내서 어딘가 보관하길래, 


"비닐종이는 저기에 버려"라고 했더니


버스 기사 아저씨가 준 거라며 보관하겠다고 했다.

그 쓰레기라고 말했던 그 사탕봉지가 바로 위에 글 앞에 있는 사진이였던 것이다.


아이가 기분이 참 좋았던 모양이였다.


한 술 더 떠서 아이는

"아빠. 내가 인기가 좀 있나봐? 히히"

"그럼그럼, 아빠가 말했잖아 너 로또라고 살만 빼면 너 로또야...그러니 살 빼자~~ㅎㅎㅎ" 


"그건 싫어~" 라며 지 책상으로 돌아가버렸다.



저 사탕봉지가 뭐라고... 아이는 오늘 사람의 정을 느꼈던 모양이다.

여러가지로 부족함을 가진 아이에게 가족이 아닌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6년을 다녀도 친구 한명 데려오지 않고, 누구나 한명은 있다는 친한친구 한명 없이 조용히 학교만 다니던 아이가 누군가가 호감을 보이고 칭찬을 하니 그게 그렇게 좋았던 모양이다.

뜯어 먹은 사탕봉지까지 보관하려드니 말이다.


이 험난한 세상 속에ㅓ 어리숙함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살아가기엔 여간 불안 한 것이 아니여서 부모인 나와 와이프는 집밖을 나가면 늘 신경이 곧두 서있곤 했다.

좋은 사람도 많지만 너무나도 몹쓸 인간도 많이 봤기 때문에 오늘 같은 일을 만나면 기쁘면서도 슬프기도 한다.


아이가 어릴때완 다르게 점점 언어 사용의 깊이도 달라지고 질문도 많아지면서 내가 생각했던 아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남은 숙제를 풀어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날은 나름 의미 있는 날인 셈이다.


버스 기사 아저씨의 작은 마음 씀씀이 하나가 오늘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선물했고 아이에겐 자신감을 선물해준 값진 일이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게 되면 모른체 하고 내가 먼저 마음(사탕?)을 전달하고 싶다.

그리곤 속으로 말 할 것이다. 

고맙다고.......


마지막으로 생각보단 말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은 하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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