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부산2018.10.30 13:44

2018년 10월 23일


부산은 나의 고향이다.

직접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태어난 직후 이곳으로 와서 유아시절과 초기 청소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정확히 중학교 졸업때까지 몸을 담고 있었던 곳이다.

중학교 2학년이 시작되기전 겨울 방학때 영도를 벗어나 타지역으로 이사를 갔지만 중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나는 다니던 중학교를 마쳤다.

그렇다. 나에게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했던 찰나의 순간을 영도라는 곳에서 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래전 부터 생각해왔던 일이 하나 있었다.

학교가 그리웠던 것도 아니고. 같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어 놀던 친구들이 그리웠던 것도 아니였다. 그렇다고 좋은 기억들이 즐비 했던 것은 더더욱 아니였다. 

오히려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은 기억들이 줄줄이 있던 곳이였다.

그런데도 한번은 오래전 내가 있던 그 장소에 가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왔다.


나는 그저 내가 있던 그 자리가 나는 궁금했을 뿐이고 다시 걸어보고 싶을뿐이였다. 

어쩌면 그래야만 말 못할 찌꺼기 같은 미련이 남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우선 영도로 가기위해 부산 지하철 1호선 남포역에서 하차하였다.

이 곳은 영도다리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다. 

지하계단을 한걸음을 옮기며 지상에 나타 날 모습이 궁금해지고 있었다.



지하철 6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문득 돌아보니 부산백화점 앞 로터리가 보였다.

영도라는 섬에서 영도다리를 넘어오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거리다.

언제나 처럼 복잡한 곳이였다.



영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길.

길 옆에 약재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 서 있었다.

각종 약재 냄새와 함께 수십년이 지나도 이곳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영도다리를 건너기 전 눈 앞에 마주하고 서 있으니 다른 날과는 다르게 뭔가 비장한 마음까지 들었다.

치히로가 처음 동굴을 들어 가기 전 느꼈던 묘한 감정일까.

이 곳을 넘어가는 순간 나는 나의 과거로 입장 할 것만 같아서 떨리기까지 했다.



영도다리를 걷기전 잠시 숨을 고르며 부산 남항 앞바다를 구경했다.

멀리 영도 남항을 사이로 영도와 남부민동 그리고 솟아 있는 천마산이 보였다.

분명 흐른 세월 따라 많은 것이 바뀌였을텐데 이상하게 나에겐 익숙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느낌은 사물이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릴 때 봐왔던 복잡한 건물과 풍경의 조화로움이 여전해서가 아니였나 싶다.

사진으로 다시보니 이 곳은 흐른 세월 만큼 많이 바뀌지도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영도다리가 도개된다고 한다. 

비록 이벤트성이긴 하지만 영도다리의 용도가 어떤 것이였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벤트라고 생각된다.

어릴 때는 이 삼각형 모향의 쇠덩어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것도 모르고 당시에는 영도다리를 건널 때 마다 이 곳에 올라 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부모님께선 위험하다고 혼냈던 기억이 났다.



세월이 흘렀다고 꼭 세상이 바뀌어야만 하는건 아닌 것 같다.

때론 익숙한 그대로가 오랫동안 그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조금은 덜 변한 듯한 영도의 모습이 나는 왜 다행스럽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다.



영도다리를 걷다가 배가 한 척씩 지나가면 멈춰서서 사진을 찍었다.

걸을땐 몰랐으나 막상 사진을 찍으려고 멈춰서니 영도다리의 출렁임이 극렬하게 느껴졌다.

오래 서 있으면 어지러움이 생길 것만 같았는데 이 정도로 영도다리가 출렁이고 있었는지 몰랐다.

아마도 걷기만 했다면 영도의 참 모습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영도에 있는 항구 모습중 바뀐 것이라곤 테트라포트와 각종 인공바위들이 있던 자리가 직선 형태로 정비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나는 느껴졌다.


언제 보아도 익숙한 풍경. 

지금도 영도 남항동에서 자갈치로 넘어가던 배가 있는지 궁금했다.



영도다리를 다 건너고 문득 돌아보니 늘 한결 같은 용두산 공원의 부산타워와 내 눈엔 흉물로 보이는 롯데 백화점이 눈에 들어왔다.

롯데백화점이 있는 저 자리는 원래 있던 부산시청사를 없애지 말고 다른 용도로 활용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롯데의 욕심에 주변 경관을 죽이고 있는 저 백화점 건물은 볼 때마다 화가 났다.



우선 내가 다닌 국민학교로 가보자고 했다.

골목이 워낙 많은 영도의 특성상 여러갈래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바다를 옆에 끼고 걸어가기로 했다.

부산대교 아래 바다에서 놀 던 기억이 그 쪽 방향을 안내하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영도를 잘 모르면 선택하지 않을 길이였기 때문에 더더욱 가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자동차들이 다니는 길은 평상시에도 다녀봤었고, 중요한 것은 오늘 영도를 찾은 목적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나만이 알 수 있는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영도다리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영도 경찰서 앞 건널목을 건너 그 사이 자도차들이 오고가는 작은 길을 선택하였다.



영도의 일상.

정말 달라진 것이 이렇게도 없다니.

3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항구 주변은 한결 같았다.



정박해 있는 선박들.

이 복잡하게 나열된 선박들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 의문이였지만 영도의 항구는 늘 이랬었다.



오로지 달라 진 건 길 뿐였고, 건물 뿐이였다.

어떻게 보아도 일상은 달라지지 않은 듯 했다.



주황색에서 지금은 회색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부산대교.

부산의 다리로써 대표적 랜드마크를 다른 거대 대교들에게 넘겨줘서 인지 눈에 띄지 않은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곧 출발 태세를 하는 선박의 위밍업을 나타내는 물줄기.

여전히 이곳은 활력이 넘치는 곳이였다.



자세히 보면 선박들도 세월이 담겨 있음이 느껴진다.

비록 백화점이 시선을 괴롭히지만 영도의 선박들 사이로 멀리 부산타워가 우둑커니 서있다.



그렇지!! 

생각해보니 용두산 공원과 부산타워도 가봐야 할 곳이였다.

눈앞에 두고 그냥 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 곳도 나름데로의 나의 삶이 녹아져 있는 곳이였기 때문이다.



조금 걷다보니 생소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영도웰컴센터'???

영도관광안내센터가 있었다.

처음엔 그냥 영도에 관련한 안내 센터가 있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안내센터가 너무 생뚱 맞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난데 없이 이 건물이 왜 이런 곳에 지어서 미관을 해치나 싶었는데 건물을 돌아 살펴보니 일종의 전망대 같은 곳이였다.

'오~ 그렇다면 조금 상황이 틀리지' 하는 생각을 하며 과연 전망대에선 주변 풍경을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여 비록 아무도 없는 전망대였지만 혼자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전망대 꼭대기 바로 아래에 있던 카페.

평일 한산한 시간대여서인지 영업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의 참 맛을 알게 되는 날이면 평일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전망대 계단 중간즘 올라가서 주변을 돌아 보았다.

영도다리.

앞은 영도 항구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과 뒤로는 자갈치, 남포동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부산대교 역시 한때 부산 랜드마크로써의 위상은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전망대 꼭대기까지 올라선 모습.



좀 더 높이 올라가니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 부산대교를 얼마나 많이 걸어서 왔다 갔다 했었는지....



영도다리 방향 또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고보니 영도의 도개 시간이 오후 2시로 변경 되었다고 하던데 만약 그 시간을 맞춰서 왔다면 정말 대단한 광경을 목격했을 것 같다.


카메라를 내려 놓고도 한동안 내 시선은 주변 풍경에 머무르고 있었고, 곧 가야 함에도 전망대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 전망대를 내려와야 했다.


그 순간 머리를 떨어지는 차가운 느낌. 

물이 떨어졌다.

흐린 날씨이긴 했어도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아서 비 일거라곤 생각지 못하고 바로 옆에 짓고 있던 호텔 건축 공사장에서 물이 떨어지나보다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건 비였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리는 와중에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을 본 나는 나도모르게..


"호랑이 장가가는 날인가?"


그러고보니 해가 뜬 상태에서 비가오면 우리는 늘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 줄은 전혀 몰랐지만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그렇게 부르던 날을 영도에서 마주한 것이다.


그러고보면 영도 살 때는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이 자주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영도를 떠난 후에는 이런 날씨 경험이 거의 없는지 모르겠다.


영도가 섬이여서 섬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였던 걸까?




영도 웰컴 센터.

주변 항구와 바다, 영도다리 그리고 부산대교 감상에 좋은 곳이였다.

그런데 왜 바로 뒤에 가림막처럼 고층 호텔을 짓고 있는 걸까.

안그래도 지역적 특색이 사라지는 요즘은 국내여행을 가도 다들 거기가 거기 같았는데 그나마 영도는 좀 그대로 있으면 안되는 것이였을까.

신형 건물이 없어도 영도가 가진 매력은 많다고 생각했기에 조금 아쉬운 장면이였다.



몇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조금씩 많아 졌다.

우산이 없었던 나는 옷은 물론, 들고 있던 카메라도 젖을 수 있는 상황이였고, 비에 대한 대비를 하나도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운 마음을 끌고 우선은 바로 옆 부산대교 아래로 뛰어 갔다.


나는 제발 빗방울이 줄기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 하면서 비가 그칠 동안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만약 비가 줄기처럼 쏟아지면 오늘의 여행은 여기에서 멈춰야 할 지도 몰랐기 때문에 걱정이였다.

다행인 것은 하늘을 보니 구름은 있었지만 비를 머금은 구름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고, 빗방울은 더이상 줄기로 변하지는 않고 있었다.



부산대교 밑에 벤치에 앉아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멀리 보이는 부산항여객터미널을 보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머리와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이 곳 부산대교 밑 테트라포트와 바위들이 있던 어린 시절.

동생이 친구들과 바다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 했다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목격한 것은 아니였지만 훗날 동생과 같이 어릴 때 이야기를 하다가 이 곳 테트라포트(바위?)에 낀 이끼에 미끄러져 바다에 빠졌고 당시 수영을 못하던 동생은 허우적 거리다가 친구였는지 근처 다른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막대기 같은 것을 뻗어주었고 그것을 잡으면서 겨우 살아났었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같은 자리에서 동생 얘기를 듣던 어머니께선 처음 듣는 얘기에 소름끼쳐 하던 모습도 떠올랐다.


동생 나이 추측해보니 대략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후 였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정말 이 동네 아이들은 간도 크게 놀았던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부산대교 밑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치길 기다리고 있었고,

그때마다 스치는 바닷바람과 바다향기와 함께 영도에서의 사진같은 추억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고 있었다.


그렇게 떠오르는 기억을 혼자 되뇌이고 있었고, 곧 비가 그치면 좀 더 바다를 끼며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진이 많아서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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