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부산2019.04.01 19:19

얼마 전, <미운우리새끼>라는 방송에서 배정남씨가 어린 시절 돌봐준 할머니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초등학교 4학년 밖에 안되는 아이가 부모곁을 떠나 남의 집에서 혼자 살면서 그 삶의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까!

내 아이들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상상하니 눈물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그런 어린 배정남을 엄마처럼 돌봐주고 밥을 해주시던 할머니를 20여년 만에 찾았고, 늘 가슴 한켠에 숙제처럼 가지고 있던 마음이 일순간 열리고 해소되면서 눈물이 쏟아졌던 것 같다.

부산 남자의 특유의 툭툭 던지는 사투리에 상남자 포스를 뽐냈지만 20여전의 할머니 모습을 보는 순간 오랫동안 못만난 어머리를 만난듯 마음이 녹아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방송에서 배정남이 살 던 지역은 범천동으로 지리적 위치와 주변 상권을 봤을 때 아직까지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어쩌면 배정남에겐 재개발 전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 아니였을까.


사라지는 부산 골목길

요즘 부산 골목길에 관심 많던 나는 배정남이 살았던 범천동 일대의 골목길이 없어지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어릴적 시절을 보내던 골목길이 최근 찾아 갔을때 재개발로 모두 허물어지고 더이상 볼 수 없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개인적으로 부산의 골목길을 기존 거주자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해소해서 그 원형을 유지하여 부산 특유의 골목길 문화를 특화 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배정남이 살았던 범천동은 그 골목 문화를 지키기 힘들어보였다.

아무래도 지리적 위치가 재개발이 될 수 밖에 없는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아깝지만 이 곳은 어쩔수가 없겠구나 라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철거를 앞둔 범천동 재개발 지역은 부산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산복도로 골목길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체계적인 마을 건설이 거의 어려운 산복도로의 경우에는 골목길이 구불구불한 것이 특징인데 범천동 재개발 지역은 한자 왕(王) 형태로써 골목길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다.



현재에도 부산에 이런 형태의 골목길들이 다른 곳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체계적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재개발이 지정되어 곳곳에 빈집이 있고, 곧 허물어 질 것 처럼 위태로운 곳도 있지만 도시 시내에 이런 형태의 골목문화를 보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었다.



아직은 많은 분들이 거주하고 있고 어쩌면 이곳 철거가 예민 할 수 있는 부분이라 거침없이 다니며 사진을 찍기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건물보단 사람 냄새가 진했을 골목길을 보니 변하는 시대에 발걸음을 맞추는 것이 정말 옳은 선택인지....그냥 너무 아깝게만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싼 이질감 느끼는 고층 건물들.

왜 하필 이 골목은 이 곳에 있어서 철거가 되는 건지...




좋은 상권을 가진 지리적 위치 때문에 사라져야만 하는 골목길.




동네를 없애기 보단 살아가기 편하게 개선하여 보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는 그렇게 흔한 고양이 한마리ㄷ 보이지 않는다.

골목길 만큼 고양이가 살기 좋은 곳은 없는데 말이다.

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도 있지 않을까.



의자의 빈자리가 고독해 보인다.



고불고불한 골목길에 비해 편안하게 느껴졌던 범천동 재개발 지역 골목길.



시내 중심지에 이런 골목길 하나 정도는 꼭 남겨놓았으면 좋겠다.


|골목길 투어를 마치고

골목길 촬영은 다른 사진 촬영에 비해 조금 힘든면이 있다.

아무래도 여전히 거주하시는 분이 계시고 낯선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수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하면 한층 예민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면 좋아 할 사람이 없을거란 생각에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내 처럼 소심한 사진가?에겐 사람을 촬영하는 것 만큼이나 부담스런 촬영이기도 하다.

하지만 골목길에 대한 추억을 남기고픈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 이 부담감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 지 관건이다.

붙힘성이 좋으면 골목길 안 슈퍼 같은 곳이나 작은 의자에 쉬고 있는 어르신들께 말도 붙혀가며 사진을 담으면 좋으련만 그런 성격이 못되니 더 어려운 것 같다.

부산 골목길에 대한 관심은 큰데 성격이 요모양 요꼴이라서...그것참 아직 진정한 사진가가 되기엔 자질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부담감은 있지만 변함없는 마음

그래도 계속해서 부산의 골목길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영도의 골목길, 감천동-아미동 골목길, 초량 골목길, 범천동 골목길...... 내가 한 때 살았던 모습이고 지금도 살고 있는 곳이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까 두렵다.

마치 나의 어릴적 삶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린듯 아려 올 것 만 같기 때문이다.


감천문화마을과 같은 곳이 부산에 더욱더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이 단지 가볼만한 여행지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만은 아닌 이유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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