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019.05.20 19:08

개인적으로 생각이지만 사진과 미술은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네모난 틀 속에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에서도 그렇고 제목을 더하면 그 가치와 철학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점에도 그렇다.

단지, 하나의 작품이 나오는 시간이 다소 크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미술을 좀 더 높이 평가하는 편인데 그것은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을 미술을 하려면 해야하기 때문이다.

미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마음으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고, 좀 더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데 나는 이미 그 정도의 성의는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남해 상주 중학교는 학생만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는 것을 지내다보면 깨닫게 된다.

물론 나 처럼 붙힘성도 부족하고, 그래서 혼자 있는 것을 더 즐기며 관심(또는 간섭)을 주고 받으며 사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 학부모로써는 썩 그리 좋은 학교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도 변하고 주변도 변하고 가족의 삶도 변하는데 나만 그대로여서야 될까.

나도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현실은 꽤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얼마전, 남해 상주중학교에서 엄살롱이라는 미술 작품전이 펼쳐졌다.

평범했던 학부모들이 작가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얼마나 기쁠까. 그들은 작가다.

그림으로 왈가왈부 평가 할 일이 아니다. 

이미 그자체로도 스스로가 많은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아마도 저녁을 잠못 이루는 밤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작품전을 나는 open식이 있은 한참 후에야 찾아갔다.

다소 조용한 분위기에서 감상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그동안 눈치만 보다가 느닷없이 가게 되었다.



하마터면 저 현수막이 있는 건물 2층으로 갈 뻔했다.

알고보니 오른쪽 연두색과 노란색이 칠해져 있는 건물 2층에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미 영상으로 오픈식 하는 장면을 봤었기 때문에 당시의 시끌벅적 했을 2층 입구에는 축하 화환이 비치되어 있었다.

여태전 교장 선생님의 화환이 2층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마주하며 인사하는 것 같다.




작품들은 벽에 감상하기 좋은 높이로 전시되어 있었다.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카메라들고 찾아 갔던 지족해협 죽방렴.

내가 담아왔던 사진과 비슷한 뷰의 그림이 전시 되어 있어 반가웠다.

지족해협 죽방렴의 노을이 아름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것이 그림으로도 잘 표현되어 있다.



오로라와 창가에서 빛을 받고 있는 화분.

상반된 오묘함이 두 작품을 번갈아 보게 만든다.



정면 무대에서 본 전시회 내부 모습.



다른 그림들과는 다르게 작은 사이즈의 그림이다.

이 작은 사이즈 속에 상주은모래비치를 담아놓았다.



다소 자연분방하게 살아가는 상주은모래비치 주변의 고양이 모습들이 떠오른다.



보는 순간 첫번째 들었던 마음이 정말 고생했겠다 싶었던 작품이였다.

작품을 보고 고생했겠다라는 표현은 작가에게 실례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이 분들이 모두 평범한 학부모였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그런 마음이 먼저 드는건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단순한 표현을 좋아하는 나는 대나무 유화가 눈에 띄었다.

특히, 사진에서 말하는 아웃포커싱 표현이 제대로 되어 대나무잎이 더욱 돋보였다.

마치 대나무가 살아 있는 듯한 작품이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겹게 생각하는 사람 그림과 추상적 표현을 담은 그림이다.

하나는 그림 실력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하나는 상상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그저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 할 길이 없다.



모두의 그림이 훌륭했지만 사진에 담은 것도 못담은 것도 있다.

가끔 미술 작품전을 가면 오늘처럼 그림 보다가 사진을 놓치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오늘 본 엄살롱 작품전에 전시된 모든 그림들은 정말 부러울 만큼 상당한 실력들이였다.

그림 앞에 서있으니 그 열과 성의, 노력들이 느껴졌다.

거친 유화 붓으로 잘 마르지도 않았을 물감을 덧칠 해가며 얼마나 많은 인내심으로 버텨왔을지도 느껴진다.

1년을 정말 최선을 다해 그림과 함께 했던 모양이다.


이 작은 시골의 면사무소에 훌륭한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니 학교와 지역과 학부모가 이룬 공동체 성과중 하나가 아닐까.


이번 작품전을 보니 20살 군대에서 커다란 해운대 그림을 그려 포상휴가 받았던 기억이 났다.

수채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수채화 물감이 없어 당시 동그란 유리통에 담겨 있던 포스트 물감을 사용했고 붓도 없어서 하늘과 바다를 표현 할 땐 커다란 페인트 붓으로 칠했었는데....

그러고도 포장휴가 받고 그 큰 그림이 식당에 걸렸던 기억이 난다.

식사때마다 내가 그렸지만 너무 큰 부족함에 내 자신에게 너무 창피했다. 나만 느껴지는 창피함이였고 그걸 그리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마나 열과 성의를 다했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더 창피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억이 마지막이였던 나에게 이번 상주 엄살롱 작품전은 

새록새록 생겨나는 부러움이 본능처럼 느껴졌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않았을까.


다음 작품전엔 나의 그림이 전시되길 기대하며 오늘 엄살롱 작품전 감상을 마쳤다.



오늘은 바람만 아니였으면 날씨까지도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갑자기 집 한구석에 쳐박혀 있던 그림 도구를 꺼내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