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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풍경

[지리산] 아름다운 지리산의 모습 #2

by 르누아르 2019.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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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일 ~ 5일

지리산 종주 둘째날, 셋째날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대피소 -> 중산리)


장터목대피소가 있는 이 자리는 옛날 장터가 섰던 곳이라고 한다.

산청군 사람들과 함양군 사람들이 이곳에서 물물교환과 물건을 사고 팔던 곳이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장터목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높고 넓은 지리산을 넘지 않고도 서로가 생산한 물건을 주고 받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다보니 이것에 장터가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까지 짐을 들고 다녔다면 꽤나 힘든 일이지 않았을까.


점심 식사후 장터목 유래를 잠시 살펴보고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했던 천왕봉으로 향했다.



천왕봉으로 출발. 

기대반 걱정반



지리산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하는 만큼 빼어난 경치가 장관을 이룬다.





6월이지만 한겨울에 갔었던 태백산의 모습이 떠올랐다.

겨울 지리산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을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제석봉 전망대.

점심으로 에너지를 보충해서인지 비교적 발걸음이 가볍다.

오전에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걸어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눈앞에 보이는 천왕봉.

멀리서 봐서 가파른 길이 험난한 산행을 예고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경치들이 모든걸 치유하는 것 같았다.





점점 다가오는 천왕봉 정상



제석봉을 지나고 한참을 가다보니 점점 길이 험해졌다.



0.5km.

다른 산행과는 사뭇다른 남은 거리.

500미터 남았다고 하면 이제 다왔다며 기뻐 할 만도 한데 천왕봉은 여전히 멀리 있기만 했다.




가파른 계단길이 하나둘씩 보이고.




급기야 손에 땀이 날 지경인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아래는 이렇게 깍아진 절벽.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은 곳이였다.

지리산 산행후 처음으로 공포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내려올 때 이곳에서 다리가 풀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계단을 올랐다.




점점 기어가다시피 올라가는 돌 길.

한 손에 카메라까지 들고 있으니 산행이 여간 불편 한 것이 아니였다.

그래도 천왕봉에 오른다는 기대감에 열심히 열심히 정상을 향해 갔다.



드디어 보이는 천왕봉 정상.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왕봉에서 내려다 본 경치.

정말 뿌듯한 순간이였다.



아이의 기념사진 한장!!

천왕봉이란 글귀는 사진속 뒷편에 적혀 있다. 



천왕봉 정상에 왠 파리들이 그렇게 들끓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치 하나만은 정말 멋졌다.

현재 대한민국 본토에선 가장 높은 이곳!!

내가 지금 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천왕봉 한 쪽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깍아진 절벽이다.




내려가야 할 시점도 못찾겠고, 내려 가야 한다는 생각도 못하고 마냥 서 있기만 했다.

똑같은 능선 같은데 이곳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열심히 올라 왔고 이제 다시 장터목으로 향해야 할 시간.

에너지를 너무 소모해버린 탓일까..

급속도로 체력이 방전되는 것이 느껴졌다.



카메라를 들고 내려오는 길도 참으로 험난했다.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다보니 험한 길에서 체력소모가 많았던 것 같다.

올라올때 와는 다르게 장터목 가는 길이 왜이리 먼지....


가다 쉬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제석봉.

제석봉 아래 계곡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으로 다시 에너지를 보충하고 얼마 남지 않은 장터목까지 힘을 짜내며 걸어갔다.



나에게 멋진 경험을 안겨준 천왕봉.

제석봉에서 보는 천왕봉이 너무 아름다웠다.




다시 돌아온 장터목 대피소.

나와 같은 높이로 떠 있는 구름들.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내일은 하산하게 된다.

고되면서도 즐거운 마음.

근래에 느끼지 못한 감동까지 덤으로 얻은 지리산이 다시 오고 싶었다.


이틀 연속 힘겨운 산행이였지만 밤 늦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밤새 뒤척이며 잠시 잠을 들기도 하고 깨기도 했다.



셋째날.

오늘도 역시 아침이 선명하다.

좋은 날씨도 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잠을 제대로 못잔 탓에 오늘은 꽤나 피곤한 몸을 이끌겠다싶었는데 아침 햇살은 그런 내 몸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은 정신까지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


정말 기분 좋은 아침.

깊은 산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아닐까



이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니...진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단 몇시간도 몸이 찜찜한 상태로 못있는 내가 3일을 제대로 씻지 않고도 버티고, 이젠 내려가기 싫을 정도라니...



언제 또 지금의 지리산을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머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멋진 경치를 두고 내려가야 한다.

최대한 시선에 담아두려고 했지만 시선으로 담아둔 경치는 금새 희미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한편으론 부족한 장비로 이렇게라도 지리산을 담아 갈 수 있어서 행복한 마음도 있었다.



전날 세석에서 넘어왔던 곳.



저 능선들.

연필로 곡선을 그리고 손으로 그 선을 쫙쫙 펴서 그린 듯한...그림 같은 경치



이젠 중산리로 하산.

장터목에서 중산리까지 거리도 꽤 먼 거리로 내려가야 해서 더 긴장감이 필요했다.

이틀동안 소비한 체력으로 조금은 무너진 신체 밸런스에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 내리막이기 때문이였다.




5km가 넘는 먼~ 길.

마지막 고된 일정이 시작되었다.

몸이 힘면 힘들 수록 가는 길이 더 멀게만 느껴졌고, 그럴 수록 스스로를 격려하며 걸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힘겨움 속에 침묵으로 얻어지는 깨달음.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이번 2박3일로 얻게 된 힘이 계속해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계곡의 크나큰 물소리.

첫날 세석대피소로 올라갈 때 들었던 계속의 물소리와는 또다른 느낌이였고, 힘겹게 한발 한발 내딛는 발길에 더 힘이 되는 것 같았다.





숲이 걷히고 갑자기 나타난 돌 계곡.

한참을 이 돌 계곡을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희망들 속에 나와 내 가족을 위한 희망 하나도 쌓았다.



정말 신기한 돌계곡.

밀양 만어사에서 본 돌과는 다르게 웅장하였고, 고요했고, 신비로웠다.




마지막 목적지가 다가올 수록 쉬는 횟수가 늘어나고, 고된 몸을 저 맑은 물 속에 살짝이라도 담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저 맑은 물에 땀으로 젖은 내 몸을 닿게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내려 오는 길에 준비한 물을 다 마시는 바람에 또다시 지리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어찌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투명한 계곡물....



어느새 4km를 걷고 칼바위에 도착했다.

그리고 급속도로 떨어지는 체력!



카메라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지쳐갈 때 즈음......



드디어 도착한 중산리....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지리산을 내려온 건 아쉽지만 힘든 산행이 끝났다는 사실이 기뻤다.



2박3일의 감동도 끝이 났다.




버스로 가면서 마지막으로 지리산 계곡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리산의 다른 모습을 보러 꼭 오겠다고 다짐했다.




드디어 만난 집으로 가는 버스.


2박 3일동안 너무 즐겁고 즐거운 종주였다.

어떤 사람들에겐 별거 아닌 코스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리산을 첫경험한 나에겐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코스였고 산행이였다.


이번 3일의 산행이 내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지는 모른다. 어쩌면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왕봉에 선 기억은 어떤 형식으로든 내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 형용하기 힘든 느낌.... 설명하기 어려운 표현.... 꺼내 보일 수 없는 특별한 마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어린 학생들에게 이 힘든 경험을 선물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며칠이 지났지만 지리산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이번 지리산 종주는 좋은 추억을 안겨운 선물 보따리 같은 산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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