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19.08.20 09:50

아침이 밝았다.

이상하리 만큼 시골에선 눈이 일찍 떠진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줄 알았는데 며칠전 본가가 있는 도시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을 비교하면 확실히 시골의 공기가 정신까지 맑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침이 되어 집앞에 나가보니 오늘도 역시 냥이 밥통이 비어있었다.

일단 부족한 부분을 좀 채워줬는데 사료가 쏟아지는 소리에 어찌 알았는지 가출냥이가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요즘은 꼬리가 짧은 고등어 무늬 고양이도 자주 와서 사료를 먹고 가고, 느낌상 밤새 몇몇 고양이들이 사료를 먹고 가는 듯 해서 사료통을 조금 큰 것으로 바꾸었고, 근처에 작은 사료통도 하나 추가했다.



오전에 외출하여 오후 3시즘 집에 오니 그새 사료통이 텅 비었다.

그래서 사료를 보충해주었는데 가출냥이가 다시 와서 먹고 있다.



입에 사료를 넣고 머리를 흔드니 통 밖으로 사료가 날라간다.

고양이들은 원래 저렇게 먹는 건가?



사료를 어느정도 먹고 나에게 오는 듯 하더니 어딘가를 응시하는 가출냥이



가끔 찾아오던 고등어 냥이가 밭에 숨어 있다.

요즘은 어떨땐 2m 정도까지 거리를 허용해 주는 녀석이다.

오늘도 주머니에 있던 작은 비닐봉지에 담은 사료를 근처에 놓아주고 멀리 떨어지니 가까이 와서 먹었고, 사료를 먹은 뒤 저렇게 밭에서 쉬는 것이다.

물론 경계를 하면서.....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멀기만 하다.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넬 때마 '야옹'하는 소리가 가늘어서 암컷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수컷이였다.



더이상 가까이 가면 도망 갈까봐 가까이 가지 않고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 최대한 당길 수 있는 만큼 당겨서 찍었다.



그리고 다른 방향을 봤는데 눈이 나빠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노란 물체가 보였다.

혹시나 경계가 심한 노랭이가 아닐까 싶어 몇걸음 걸어가봤는데 역시 노랭이.

이 녀석도 정말 몰래몰래 와서 사료를 먹고 가는 녀석이다.(내가 모르는 줄 알았지? ^^;;)



노랭이가 허용해주는 최대한의 거리.

105mm 렌즈로 이만큼 밖에 찍을 수 없을 정도로만 거리를 허용해준다.

지난 번엔 이 정도까지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사실상 가까이 갔다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거리다.



한발자국 작은 걸음으로 조금 가까이 다가왔다고 좀 더 예민해 한다.

이럴땐 모른척 고개를 돌려 주는 것이 낫다.



다시 풀숲에 있던 고등냥이.



가야 할 곳이 생각났는지 풀숲을 나와서 어디론가 걸어간다.



제법 가까이에서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을 보니 은근 멋있게 생겼다.



근데 꼬리가 짧다.



지금 추세대로 가면 몇개월 안에 쓰담쓰담 할 수 있지 않을까....

주변에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가출냥이와 친한 건지 적당히 사료를 공유하며 사는 건지...

사이가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소리를 내며 싸울 기세까진 가진 않는다....

그냥 너는 너...나는 나....그렇게 사는 듯....




곁에 있던 가출냥이도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어디론가 간다.



그새 지붕으로 올라간 고등냥이.



노랭냥이는 저 자리에서 굳었나보다.

오늘은 저 모습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꾸 쳐다보고 관심 가지면 도망 가버리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아는 척하고 모른척 하기로 했다.



근데 쟤 꼬리는 왜 짧은 걸까? 늘 궁금했는데 왜그런지 모르겠다.

고양이들 꼬리 짧은 얘들은 원래 그런건가?



요놈 싱키...어딜 가나 했더니 남의 차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다.

이제 이 녀석도 동네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지내나보다.....

하긴 젊을 녀석이니....^^;;;



빨리 좀 꺼져달라는 눈빝을 보낸다....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고등냥이와 노랭냥이가 왠지 내가 자리를 비켜주길 바라는 것 같아서 나도 이쯤에서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더이상 특별할 일도 생길 것 같지도 않고, 배를 조금 채웠으니 이녀석들도 잠을 잘 때가 온 것 같기도 했다.



물러서서 집으로 왔다.

내가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지붕에 앉아 있는 고등냥이.



저 곳엔 왜 장시간동안 앉아 있는지 이해가 안되는 노랭냥이...



기껏 움직이더니 남의 차 밑 그늘을 찾아 갔던 가출냥이.

요녀석 은근 게으른 것 같다. ㅎㅎ


서로가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싸우지도 않고 잘 있는 것 같다.


전부 수컷들이라 영역 싸움이 심할 줄 알았는데 이미 어느정도 서열이 정리 된 건지 요즘은 그리 시끄럽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잘 지내는 것 같다.

혹시 먹이가 풍부하면 싸움은 더 줄어들지 않을까? 

모르겠다...먹이가 풍부하다는 범위를 모르니.......


가출냥이 외에 다른 길냥이와도 좀 친해졌으면 좋겠는데 아마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도 시골 골목길 고양이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