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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ssay

비 오는 날 자동차로 동네 한바퀴

남해상주은모래비치

또 비가 온다.

가을 장마라고 하는 걸 보니 며칠 올 모양이다.

이제 이 비가 완전히 그치면 날도 제법 선선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을이 좋은데 너무 빨리 왔다 가는 것이 많이 아쉽다.

아직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떠날 가을을 생각하다니.........


그래도 기분좋게 불어오는 바람과 맑고 높은 하늘..그리고 온통 물드는 자연이 올거라고 생각하니 기대된다.


보통 비가 오면 카메라가 젖을 까봐 거의 외출을 삼가하는데 오늘은 집 주변을 나가 보았다.

비오는 날 카메라 들어봐야 딱히 할 일은 없다. 그렇다고 카메라 레인커버를 씌운 것도 아니니 그냥 자동차 안에서 바깥 구경 정도만 하면 될 것 같다.



우선 해변을 찾았다.

역시 비가오니 사람이 거의 없다.

얼마만에 보는 한가한 해변인지 모르겠다.



반대편에 도착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비가 오는 와중에도 물 속 돌 사이에서 뭔가를 찾는 사람이 여럿있었다



캠핑족들이 꽉차 있던 자리는 어느새 비어있다.

정말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나가버렸다.



거짓말 같이 아무도 없다.

비까지 오니 저곳이 캠핑장인지 구분도 못할 지경이다.



툭툭 툭툭.... 자동차 천정에 노크하듯 떨어지는 빗방울이 음악소리 같다.





비가 와도 영업중인 <화소반> 카페



자동차 창문에 맺힌 물방울을 찍으려니 <화소반> 카페 조명이 희미하게 커졌다.



한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

버스 정류장엔 아무도 없다. 

이곳이 버스 정류장인지 처음 보면 알아차리기도 어렵지만 자세히 보면 상주 정류소라고 적혀있다.

여기서 남해읍으로 향하는 버스를 탑승한다.



집에 도착하니 절대 가까운 거리를 허용하지 않는 노랭이가 밥을 먹고 있다가 흠짓 놀랬다.

창문을 열고 인사 했지만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마치 '저 녀석이 차에서 내리면 나는 도망칠거야'라는 눈빛이다.



자동차 시동을 끄고 내가 내리지 않자 조금 안심은 되었는지 노랭이도 편한 자세로 앉았다.



차 문을 열고 나가면 노랭이가 도망 가버릴까봐 얼굴도 익힐겸 창문만 열어놓고 계속 말을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봤다면 동물과 대화하는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했을지도.....

시간이 오후 6시가 넘었다. 

노랭이는 이 시간에 사료를 먹으러 오나보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노랭이가 갑자기 도망가버린다.....


왜????



알고보니 가출냥이가 본인 구역이라며 달려왔다.

내가 차에 있는지 몰랐다가 '안뇽~'하고 인사하니 '엉??'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곤 냥냥 거렸다.



노랭이와는 새벽마다 영역싸움하느라 적당히 포기 하고 살 줄 알았는데 길고양이들 사이에서 잘 적응하며 지낸다.

밥 먹을 때 빼고는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불러도 대답도 없더니만....

사료 붓는 소리는 기가막히게 알아차리고선 멀리서도 내가 간다며 냥냥거리며 힘찬 걸음으로 달려오는 가출냥이....


가출냥이는 사료를 먹고 나는 차에 앉아 음악 듣다가 잠시 잠이 들었다.....

조용한 골목길에 들려오는 빗소리가 너무 자장가 같았다.


비가 많이 오는 것은 별로지만 가끔 이렇게 내리는 것도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