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19.10.13 16:12

지난 번 포스팅에서 가출냥이의 입 주변이 검게 물들면서 사료도 잘 못먹는 듯 하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아프면 외롭고 힘들다.

멀쩡하던 녀석이 어느날 부터 불편하게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사람과 달리 동물은 치료비가 정말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당장 병원을 데려갈 순 없었고, 읍으로 달려가 동물병원에 갔다.

하지만 동물을 데려와야 처방이 가능하다는 말에 살짝 좌절감을 맛보며 동물병원을 나섰지만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약처방을 받을 수는 있었다.

그래서 딱딱한 사료는 먹기 불편할 까봐 캔과 츄르 등 습식사료를 몇 개 구입하여 약과 함께 버무려서 내주었는데....

 

몇 주 지나고 보니 목소리도 많이 돌아왔고, 행동도 예전처럼 깔끔을 떨며 어느정도 회복이 된 것 같다.

약은 3일치 물약이였지만 양이 많아 5일정도 먹였던 것 같다.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고양이 사료를 들고 계단 밑 현관으로 내려 갔다.

 

 

현관 열리는 종소리에 벌써 부터 냥이들 소리가 들렸다.

 

이제 둘이 제법 가까이 지낸다. 둘다 수컷인데도 싸우지 않는다.

물론 턱시도를 입은 가출냥이가 두 앞발을 바닥에 내려치며 거부반응을 보일 때도 있지만 간혹 만나는 노랑냥이한테 하는 것처럼 기싸움은 하지 않는다.

 

 

이제는 내 곁에 제법 가까이 오는 고등냥이.

이제 이름을 지어 줘야 되나 싶다.

가출냥이도 이름 불러봐야 대답도 안하는데 짓지말까 싶기도 하고....

근데 이 녀석이 애교는 좀 많은 것 같다....

 

 

나를 스치듯 지나가며 밭으로 향햐는 가출냥이.

볼 일이 있나보다.

 

 

보통은 내 옆에 왔다가는데 오늘은 급한지 바로 밭으로 간다.

 

 

많이 가까워졌다.

목소리도 애기 목소리 같은 고등냥이.

내가 거리를 두니 오히려 더 가까이 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 가까이 안왔으면 좋겠다. ㅎㅎ 괜히 만지다가 손가락에 빵구? 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볼 일이 급했다.

 

입 주변이 시꺼멓게 변하여 시름 거리던 몇 주전의 행동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행동에 자신감도 넘친다.

 

내가 여기에 싸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듯 하다.

 

 

 

볼 일이 다 끝난줄 알았는데 흙냄새를 자꾸 맡는 걸 보니 아직 덜 끝난 것 같다.

 

 

드디어 볼 일 다 보고 내 옆에 와서 드러누웠다.

믿을 수 있는 인간에게만 한다는 드러눕기...

그러고보니 최근엔 고등냥이도 내 주위에 와서 드러눕기 시전을 자주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가출냥이의 발.

매번 밥 만 주고 잠깐 쓰다듬고 다시 집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오늘은 가출냥이 컨디션이 좋아 보여서 오랫동안 지켜봤다.

집 안에 살 때 부드럽고 깨끗했던 발의 모양은 온데간데 없이 길냥이로써 삶이 고스란이 발에 새겨져 있다.

 

이젠 문을 열어줘도 잠시 둘러보고 다시 나가버린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에도 집 밖을 나가겠다고 문 열어 달라는 모습을 보고 이젠 여기가 더이상 보금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큰 탈 없이 살면 되는 것 같다.

한동안 못봤던 깔끔떠는 그루밍을 오래만에 보니 안심이 된다.

구내염이 쉽게 치료가 안된다고 하더니 운이 좋은 건지 구내염이 아니였던 건지 다행히 잘 극복한 것 같다.

아니면 아직도 극복하고 있는 중일지도....중요한 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

 

 

다시 원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밥톱 손질(입질인가...)...어쨌든 열심히 몸단장 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

 

 

고양이가 가장 귀여울 때가 바로 그루밍 할 때....

옆에 앉아서 그루밍하는 가출냥이를 구경했다..

 

 

 

늠름한 모습이 되었다.

동네 고양이에게 밥도 양보 할 줄 알고.....앙숙 고양이가 오면 쫓아 낼 줄 도 알고.....

밥 때가 되면 알아서 사료통 앞에서 기다릴 줄도 알고.....

 

 

사료를 부어주니 가출냥이는 고등냥이 너부터 먹으라는 듯 뒤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둘이 점점 친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덩달아 나는 버는 것 없이 사료값은 더 많이 나가게 생겼다.

사료를 오독오독 잘 씹어 먹어주니 좋긴 한데.......사료값이 안벌어지면 어찌 해야 할 지 살짝 고민도 되고, 노력도 좀 해야 할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든 건 내나 요 두녀석이나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어쨌거나 모두 안아프고 질기게 살아야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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