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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풍경

[부산]오랜만에 찾은 부산 해운대의 짧은 방문기

by 르누아르 2018.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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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1일, 해운대

며칠 전부터 매서운 날씨가 계속되어 오랜만에 외출이 추위만 기억되고 돌아오는 건 아닐지 걱정이였다.


언제부턴가 김해와 부산은 거의 같은 지역권이 되었다.

25여년전 낙동강을 넘어서 김해로 들어오는 길은 그야말로 곤욕이였고, 막힘의 연속이였는데 이제는 그 어느 곳보다 교통이 좋아져서 부산권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경전철이 생긱고 난 뒤로는 안그래도 가깝게 느껴진 부산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김해를 들어온지 벌써 횟수로 18년이 되었다. 

거의 30년 가까이를 부산에서만 살아서 어린 추억을 고스런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부산이다.

부산을 거주지역에서 벗어난 후로 부산은 많이 변했다.

변변찮게 갈 만한 곳도 없던 부산이 지금은 추천 및 선호 여행지에 제주도 다음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곳이 되었다.

특히, 부산이 그렇게 변하게 된 이유 중에 해운대의 변화가 가장 주요했던 것 같다.


일찍이 해운대의 이런 변화를 예측하여(물론 이정도까지는 예상 못했지만) 부산에서 김해로 이사올 때 나는 강력히 해운대를 주장한 바가 있다.

만약 그랬었다면, 아마도 우리집도 꽤 부동산으로 득을 보고 있지 않았을 까.


어쨌든 부산이 주요 관광지로 부상한데에는 해운대의 발전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국민들이 좋아해주는 해운대지만 어릴때 기억에 별로 볼 것이 없었다는 이유로 해운대가 많이 변할 때까지 한번도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볼 것도 없고, 차 막 막히는 곳으로 인식하다보니 더 그랬었던 것 같다.


자가용이 없는 여행이 더 즐거울 수 있다는 최근 경험으로 이 날은 무슨 생각이였는지 해운대를 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김해에서 부산으로 넘어가는 시외버스 안


일반 대중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도 되지만 그동안 부산 가는데 무슨 시외버스냐며 등한시 했던 부산행 시외버스를 타보았다.


부산의 혼잡한 여러 도로를 피하고 해운대의 낯선 곳에 버스가 정차 하더니 나와 승객들을 토해내듯이 뱉어 내고 어딘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일단 해운대역 앞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 골목길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늘 그리고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웬 대로가 뻗어 있었다.



여긴 어디지? 하고 대로를 접어 드는 순간 찬바람이 내 뺨을 강하게 내리치고는 사라졌고 나는 매서운 바람에 싸대귀 맞듯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니 해운대 해변까지 가는 직통 대로가 보였다.

매서운 바람이 눈을 찔러 눈물이 맺히고 볼은 빨갛게 익어가는 와중에 변해버린 해운대 일대의 모습에 우둑커니 서 있었다.

수년동안 머리속에 늘 그려져 있던 해운대 주변 모습이 일순간 책장 넘기듯 바뀌는 순간이였다.

'아~ 관광지 답게 변했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곤 천천히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한발씩 걸어 갈 때마다 추억처럼 남아 있던 해운대의 기억들은 지금의 모습으로 채워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문득 하나가 떠올랐다.

'시장은 어디갔지? 그때 그 시장..해운대역에서 골목처럼 구불한 길을 들어서서 걷다보면 나왔던 그 시장....'

혹시 사라진건가 싶어서 두리번 거렸다.



기억 속 시장은 이렇게 변해 있었다. 

사라지지 않을 걸 고맙게 느낄 정도로 살짝 반가웠다.

사실 내 기억속에 해운대 시장이 그렇게 친절하고 사람냄새가 풍기는 시장이라고 느낀 적은 없었기 때문에 오랜 친구 만난 것 마냥 신나는 그런 기분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반가웠다.



그렇게 달라진 모습의 시장을 둘러보고 오늘따라 더 매섭게 달려드는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칼국수!!

이런 날이면 더더욱 몸에서 부르는 덕분에 자주 먹게 되는 음식인데, 이 날은 다른 선택 할 필요도 없이 칼국수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울 버스터미널 지하 식당에서 매운 칼국수를 주문해서 먹었다가 너무 혼이나서 반도 못먹고 나온 기억 탓에 나는 평범한 칼국수를 주문했다.

국물이 있는 음식은 주문해서 나오면 그 상태에서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번 떠 먹어 보는 것이 국물의 진정한 맛을 알 수 있다고 믿기에 한 숟가락 떠 먹어 보았다.

멸치를 우려서 만든 진한 국물맛이 매서운 바람에 움츠렸던 몸이 일순간 풀리는 듯 했다.

그리곤 젓가락으로 휙휙 저어서 후룩후룩 칼국수를 움켜쥐고 먹었다.




밖에서 볼 때 안에 사람이 꽉 차 있더라도 또 안쪽에 넓은 자리가 있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녹인 몸을 이끌고 해운대를 눈에 담아보기로 했다.




해운대 시장의 모습은 이렇게 돌아보는 것으로 눈에 담아두고 그렇게 해운대 해변으로 향했다.




평일이고 추운 날씨여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멀리 모래를 쌓아놓은 것을 보니 여전히 해운대는 모래와 전쟁을 치루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해변은 바뀐 것이 없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해운대의 해변은 수십년 전이나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었다.

달라진 건 주변뿐.




걸어 들어왔 던 곳을 돌아보며 안 온 사이에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




대리석마냥 잘 정리된 길과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도 큰 건물이 풍경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갈래기는 얼마 없고 웬 비둘기들이 많이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해운대를 담으려는 사람들이 카메라(또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외국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저멀리 보이는 달맞이 고개. 이렇게 보니 별로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비둘기가 많았던 건 저렇게 모이를 줘서였나보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너무 따가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해운대에서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한참을 해운대를 눈에 담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처음부터 긴 시간을 할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해운대는 이정도로 담아두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해운대 해변 입구에 있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축제를 위한 이벤트가 준비 중인 듯 했다.



그리고 그 앞을 지나가는데 그냥 2017년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간판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자세히 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사랑과 행복, 그리움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공간이 있는 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놓았다.



그렇게 다양한 삶이 한 곳에 표현되어 빛이 되고 있었다.



이젠 정말 돌아가기로 했다.

익숙지 않은 해운대 대로를 다시 걸으면서 매서운 바람에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걸어갔다.

돌아갈 땐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주머니를 뒤적거리니 천원짜리 지폐 한장이 있었다.

늘 지갑에 지폐를 넣어다니는데 미처 지갑에 넣지 못한 지폐였던 모양이다.

해운대 대로를 걸어가다보니 인형뽑기 하는 곳이 정말 많았는데 가는 길이 춥기도 하고 매서운 바람도 좀 피할겸해서 인형뽑는 가게를 걸어가는 속족 들렸다.

인형뽑는 가게를 들어갈 때마다 나는 한번으로는 인형을 뽑을 만한 기계가 없나라는 생각하며 주머니 속 지폐를 만지작 거리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생각보단 할 만한 기계가 없어서 그냥 가려다가 문득 하나가 웬지 가능성이 보여서 았는데 역시나 한번에 뽑아버렸다.

이 기세로 한번 더 도전 해보려고 했지만 다시 둘러봤는데 전체적으로 만원 이상은 사용해야 겨우겨우 하나 뽑을까 싶은 기계들 밖에 없어서 더이상 도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천원으로 한번만에 인형을 건져 낼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오랜만의 해운대 방문이 즐거운 엔딩으로 마무리 되는 것을 보며 다음에 또 오라는 손짓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마지막을 좋은 기억으로 채우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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