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이 생길 때마다 동네 한바퀴를 돈다.
익숙한 풍경 같으면서도 늘 다르다.
도시에 살 때 획일적인 모습만 보던 일상인데 시골은 너무 다르다.
아직 시골로 들어 온 것이 얼마되지 않아 그렇다고 느낄수도 있겠지만 매일 매일 지내다보면 1년내내 다른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잘 알다시피 시골은 저녁이 빨리 찾아 온다.
어떻게 보면 저녁은 항상 빨리 오지만 도시에서는 잘 느낄수 없다.
그래서 시골의 하루가 더 짧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강렬한 낮과 밤이 분명하게 나뉘는 것이 점점 좋은 거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날 내린 비로 금산 정상이 안개로 보이지 않는다.
비는 이미 그쳤는데 세상은 아직 젖어 있는 것 같다.
그 덕분에 집 앞 말라 있던 냇가에 물소리가 졸졸졸 나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물소리를 들으니 마치 부슬비가 내리는 소리 같이 들린다.
이상하게 소리가 참 맑다.
이 물소리가 계속되길 원했는데 며칠이 지나니 다시 바닥을 들어내며 말라갔다.
며칠이 지나니 날씨가 너무 맑다.
이런 날은 없는 틈도 만들어서 동네 한바퀴 돌아보고 싶어진다.
조용한 상주은모래비치에 선선한 바람이 귀를 간지럽힌다.
정말 고요하다.
먹먹한 고요함을 파도소리가 없애주는 것 같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상주은모래비치를 걸었다.
상주은모래비치 끝자락에 자리 잡은 상주 중학교.
대한민국에서 이만큼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은 중학교가 있을까.
상주중학교가 새로운 교실을 만들기 위해 기존 건물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 옆을 걷다가 발견한 현수막. 벌써 5년이 지났다.
동네 한바퀴 돌 때마다 보았던 '은모래 책방'
기회가 되면 '은모래 책방'을 한번 가야지 했는데 번번히 시간이 안맞아 못가봤다.
오늘은 운이 좋아 영업시간에 맞춰 들어갔고, 다양한 책들을 구경했다.
사장님의 감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사장님과 책에 대한 얘기도 조금 나누었다.
사진 관련 책을 구입하고 싶었는데 하필 이날은 현금이 부족해서 곧 다시 오겠다고 했다.
잘 꾸며놓았다.
내 취향에 맞는 책들이 너무 많아 자주 찾을 것만 같다.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이 있다.
마침 근처 해변과 아주 가까운 곳에 마당이 있는 집이 나왔다고 하길래 한번 들려봤다.
집을 보니 머리속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여기는 이렇게 꾸미면 좋겠고, 저기는 또 저렇게 꾸미면 좋겠다라고 혼자 읊조렸다.
조용한 이곳에서 감성적인 추억이 생산되는 장소가 되는 상상을 하였다.
근데 앞집과 담이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고민을 더해보기로 했다.
생각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아마 진작에 이 집이 나왔다면 거주지로 이사왔을 것만 같다.
계속해서 화창한 날이 이어진다.
기상해서 창문 밖에 선명한 금산을 보고나면 아침부터 엉덩이가 자꾸 들썩거리게 된다.
오늘은 그동안 귀찮아서 설치 하지 않았던 해먹을 배란다에 설치 하기로 했다.
도시에 살 땐 캠핑이나 가야 겨우 설치 해서 놀던 해먹을 이제는 집에 설치 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신기하다.
삶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더불어 여유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 한 것 같다.
해먹을 설치하고 누워보았다.
흔들흔들.
없던 잠이 쏟아지려 한다.
땡땡이 컬러 양말이였으면 더 좋은 장면이 연출 되었을 것 같은데......생각이 짧았다.
덕분에 잠을 깼다.
심어 놓은 고양이풀이 돋아났다.
시골 풍경에 취해 집을 나가버린 고양이는 이제 없는데 풀만 자랐다.
날씨가 좋으니 없는 틈도 만들어 해변으로 나간다.
주말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인데도 관광객이 눈에 띈다.
여름이 점점 다가 오는 것도 느껴진다.
해변 끝에 있는 상주 중학교는 동네 한바퀴 돌 때마다 빠지지 않고 지나가는 코스가 되었다.
오늘은 건물을 허물고 있다.
시골에는 확실히 다양한 동물들을 보게 된다.
길냥이도 많지만 길강아지도 많은 것 같다.
길냥이가 많은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데 길강아지가 많은 것은 조금 안전하지 못한 것 같다.
식당 주변을 배회하던 노랭냥이.
걷다보면 붙힘성 좋은 냥이도 있고, 사람을 보면 도망부터 가는 냥이도 있고 다양하다.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니는 츄르는 늘 먹던 녀석만 먹는 것 같다.
오늘은 걸음을 멈추고 편의점에서 커피 하나를 사서 먹었다.
달달하니.......조....타.....
동네 한바퀴 돌고 집으로 가는 길.
어디서 이렇게 맑은 새소리가 나는 건가 싶어 소리 나는 곳을 올려다보니 참새들이 줄 서서 조잘 거리고 있다.
그러고보니 도시에 살 때도 참새를 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서 그런지 유독 저 집 지붕에만 참새가 많다.
아..그러고보니 얼마전 우리집 옥상 밑에도 제비집이 생겼던데.....참 신기하다.
매번 이렇게 다른 모습의 동네를 보게 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너무 일에만 몰두하게 되는 나를 계속해서 돌아보게 된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발버둥치며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만 애쓰는 내게 그냥 동네 한바퀴를 돌다보면 팔다리를 펼치고 몸에 힘을 빼고 있으면 가라앉지 않는다고 가르쳐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동네 한바퀴를 돌 때마다 나도 모르게 힘을 빼는 방법을 터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네 한바퀴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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