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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풍경

[통영] 롯데마트에서 점심

by 르누아르 2018.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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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6일

여행에서 현지 음식을 먹어본다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지역의 음식을 먹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이번 통영 여행에서도 그랬다. 

통영에 왔으니 충무 김밥을 먹어보자며 우리 가족은 의기투합하였다.(아이들은 그게 뭐야?라고 했지만)

하지만 유명한 충무김밥 가게가 밀집되어 있다는 곳으로 도착하였을 때 그 복잡한 동네의 현실을 목격하곤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선은 자동차를 주차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아니 교통이 꽉꽉 막혀서 일단 그 곳을 빠져나오는게 더 급한 일이였다.

 

이미 점심시간은 훌쩍 지나버린 상태였고 통영까지 왔으니 비록 충무깁밥은 아니더라도 좀 그럴듯한 음식을 먹어보자며 돌아다녔으나 계속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무거나 먹어도 잘 먹는데 괜한 어른들 욕심에 아이들만 굶주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때즘 구세주처럼 나타난 롯데마트.

부모야 뭘 먹던 간에 아이들은 본인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세트를 사주면 되겠다 싶어 가족의 동의를 구하고 낼름 롯데마트로 들어갔다.

이미 가족들은 뭘 먹어도 좋으니 배만 채워달라고 아우성이였다.

 

생각해보면 마트는 주차 편하지,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식당 있지, 덥지도 않고. 

아이들 먹을 것도 팔고 있으니 현지 음식이나 맛집 찾느라고 고생고생해가며 먹을바엔 차라리 마트가 모든 면에서 수월했다.

 

배가 등에 붙겠다는 집사람과 배고픔에 지쳐 널부러져 있는 아이들에게 마트라는 희망을 심어주고 우리 가족은 자동차를 주차하자마자 일주일은 굶은 늑대마냥 서슬퍼런 눈을 치켜 들고 마트 식당으로 전진했다.

 

 

아이들에겐 햄버거 하나씩 장착해주고.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고 뜯어 먹고 있었다.

 

 

배고픔에 사나워진 짐승?처럼 딸아이는 햄버거를 뜯어? 먹었다.(저 인상이 말해주고 있다)

 

 

곧 집사람 뱃속으로 사라질 운명인 짬뽕의 마지막 모습.

 

 

내가 보기엔 아직도 배가 등에 붙을려면 한참 일 것 같은데,(가끔 이런 말을 마음속으로 하는 줄 알고 무심결에 중얼거리다가 심하게 혼나기도 함)

그러거나 말거나 와이프는 자신이 좋아하는 짬뽕으로 뱃속을 채워나갔다.

 

 

드디어 나를 위한 음식이 앞에 놓여졌다.

 

 

또한 과도한 배부름이 초래 할 졸림이 우려되었고, 다행히 비교적 양이 적은 우동 한 그릇으로도 고문 같던 배고픔을 잊을 수 있었다.

다들 배가 고팠던지 어느정도 배가 찰 때까진 침묵만이 흘렀다.

 

통영에 와서 충무 김밥을 못먹어 본 것은 아쉬웠지만 그거 하나 먹겠다고 발생 될 시간, 비용, 심리적 압박등.. 손실을 생각하면 당일치기 가족여행에서 마트는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였던 것 같다.

 

이렇게 식당 구석에 모인 가족 4명은 배를 채운 뒤에야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이내 밝은 미소를 띄우며 다음 여행지로 갈 수 있었다.

인간이 배가 고프면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을 수도 있음을 처절히 깨달은 하루였다.

개인적으로 통영에 큰 마트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 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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